나는 인원으로 구분하자면 30명 이하 좃소만 다녔다. 석사 후 첫해 연봉은 3200이었고, 석사기간 동안 1000만원 산학 장학 지원을 받았다. 요즘은 이쪽 업계 인력 품귀라 2년 동안 연간 4천을 준다더라. 어쩐지 신입이 겁나게 안뽑힌다 했다.

뭐 최저임금 간신히 받는 좃소가 아니라서 제목만 보고 낚인 분들도 있을 것이다. 내가 이야기 할 것은 꼭 대기업에 가지 않아도 되는 케이스에 관한 것이다.

자신이 학벌이 좀 후달리거나 딱히 열정이 없다면 무조건 대기업에 가는게 좋다. 어차피 대기업에서 핵심 인력에 꼽히지 않으면 지 잘난 줄 아는 놈들은 금새 나온다. 결국 극소수의 선택받은 유학파, 고학력 인력과 그들을 서포트할 어정쩡한 학력들이 섞이게 되는 것이다. 특히 학력이 고졸이라면 무조건 기회 있을 때 대기업을 가야한다. 대학물 먹은 애들이 딱히 똑똑하지 않다는 것이 사는데 큰 경험이 될 것이다. 그리고 머리 회전은 둔해도 끈기있는 사람들도 볼 수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인서울 상위권 수준의 애매한 학벌이라면 오히려 강소가 나을 수 있다. 연봉을 대기업이 더주지 않냐고? 내가 강소라고 했지 좃소라고 하지 않았다. 나는 3200에 시작해서 11년차에 연봉이 3배가 되었다. 탄탄한 회사에서 자신만의 능력이 있다면 어느 순간부터 연봉은 순식간에 올라간다. 나도 연봉 3000대 일 때 앞자리수 하나 더 먹고 시작한 친구들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게다가 석사까지 마쳐서 이미 모은 돈도 차이가 있었고...

 

그런데 아마 10년 차부터 상여를 제외한 연봉으로는 S전자 다니는 친구들을 역전했던것 같다. 기업을 고를 때 연봉이 중요한 건 맞다. 돈벌려고 회사다니고 기업 운영하는 거니까. 그런데 초봉만 보고 고르지는 말자. 특히 대기업은 잘나가는 회사가 아니면 간판만 있지 강소보다 덜주는 회사도 많다. 

초반에 많이 벌어서 투자로 빠른 경제적 자유 테크트리도 물론 좋은 전략이다. 그러나 대기업 다니는 친구 중에는 이번에 부동산 폭등기에 영끌 투자로 신도시에 집3-4채씩 가지고 수십억 자산가가 된 애들도 있지만 10에 2명 꼴이다. 자신이 투자에 감이 있는지 없는지 취업하기 전부터 알고 있다면 그 길도 좋다. 그러나 그런 확신도 없이 나는 투자도 잘할꺼야 그리고 대기업부터 시작하는게 무조건 최고야. 라고 생각하지는 말라는 이야기이다.

그러니 본인은 투자에 아직 서툴고 오래 일할 수 있는 것을 선호한다면 강소로 가라. 이곳은 끝없는 인력부족으로 꾸준히 다닐 수 있고 어지간한 능력으로 스트레스 적게 다닌다.

 

대기업의 문제는 나온 뒤 재취업 문제다. 대기업에서 대기업으로 가는 것도 탑급 인력이 아니라면 40~50대에는 힘들다. 중소기업도 대기업 출신을 뽑지만 대기업과 중소는 업무 스타일이 달라 적응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나이가 많이 차서 밀려나온 분들은 더 그렇다. 그런 분들은 대기업 나온지 10년이 넘어도 어깨뽕이 남아서 보기에 안쓰럽기도 하다. 내 경험상 대기업 출신 중 40넘어서 온 경우 절반은 3년도 못다니고 그만 두었다. 차라리 30대에 중소기업에 발을 담그면 오래 다닌다. 물론 개중에는 30대에 나왔음에도 대기업 뽕이 안빠지는 경우도 있다.

태어나서 가장 잘한 업적이 대기업 입사인 사람들에게 대기업 어쩌고 이야기 듣는건 곤혹이다. 일을 그닥 잘하지 못하는 인원애게 술자리에서 대기업 어쩌니 하는 소리는 들으면 웃음만 나온다. 그렇게 잘난 대기업이 나같은 하청 업체 직원에게 을질을 당하시나 싶다.

그리고 이름없는 회사 다니면 주위 부모님 친척들이 돈 좀 아껴도 이해해준다. 내 연봉이 세전 1억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우리 와이프와 부동산 4채가진 두 친구 뿐이다. 왜냐면 나한테 뭘 금전적으로 뜯어낼 필요가 없으니까 말이다. 연봉 1억이 요즘이야 인터넷 키보드 워리어들에게는 하찮겠지만 아마 소득 상위 10% 커트라인은 될꺼다.

그러니 내가 충분히 능력이 있고 인정받는 분위기에서 오래 일하고 싶고 향후 사업을 꿈꾼다면 강소를 가는게 좋다. 특히 강소는 사업적으로 낮은 연차부터 의견을 내고 수용되는 일이 많다. 그런 경험이 쌓이면 잔체 사업을 보는 눈이 생긴다. 그리고 대기업처럼 누가 일을 부탁하러 오는 입장이 아니라 부탁하는 입장이기에 당신이 신규 사업을 할때 더 도움이 될것이다.

물론 대기업은 안다녀 보았으니 철저히 내 기준의 판단이다. 다만 현재 이직한 직장도 S사에서 분사한 곳이라 그곳 출신이 40%라 사실상 기업 문화는 S사를 따라간다. 따라서 대기업에 대해 주위 사람들에게 들은 이야기와 내가 경험한 대기업 출신들의 이야기, 현재 직장 경험 등이 있어서 대기업의 현실을 완전 모르는 상황은 아니다.

그러니 강소에서 낮은 연봉으로 시작하더라도 절망하지 않길 바란다. 능력되면 강소에서 대기업 이직이 요즘 너무 쉬우니 말이다. 그리고 대우는 대기업 못지 않다. 잘 찾아보면 좋은 강소가 많으니 도전해 보길 권한다.

 

이 글은 박봉에 인간이하의 대우를 받는 진짜 좃소에 가라는 글이 아님을 다시 한번 이야기 한다. 그런 곳은 삶이 궁해도 안가는게 맞다. 그런 일자리라도 필요한 생계가 달린 사람들에게 할 말은 아니지만 제발 그런 곳에는 안가서 그런 일자리는 다 망해버렸으면 좋겠다. 그래야 질 좋은 일자리도 생기지 않을까한다.

 

물론 나야 입에 풀칠은 하니까 좃소에 가라마라 말 할 자격은 없다. 내 일자리 없어지는게 아니라고 막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다만 점진적으로 사람들이 생계의 불안에 시달려서 울며 겨자먹기로 일하게 되는 일자리가 줄어들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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