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취미로 사진을 찍는 비 전문가라서 렌즈는 그냥 책상 위에 렌즈 파우치에 넣어서 보관했습니다.

처음으로 렌즈 세척 세트를 구입해 묶은 때를 벗기려고 1년 넘게 사용한 적 없던 렌즈를 꺼냈습니다. 다행히 곰팡이가 생기지는 않았지만 렌즈 안쪽에 먼지가 들어갔더라고요. 렌즈 캡으로 양쪽을 막아두면 당연히 먼지가 들어갈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많이 놀랐습니다.

장착하여 사진을 찍었을 때 먼지의 영향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많이 찜찜하더라고요. 그전에 카메라 다이얼도 부식되어 수리한 적도 있고요.

 


결국 외부의 먼지가 최대한 들어가지 않고, 카메라와 렌즈의 적이라는 습기를 차단하는 제습함을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카메라 렌즈 전용 제습함은 10만원 수준이었는데, 저는 전문가가 아니었고 그 정도의 고가 렌즈는 없었기 때문에 그냥 DIY로 만들었습니다.

검색해 보니 다이소 밀폐 용기로 만드는 게 가장 저렴하고 괜찮아 보여서 저도 근처 다이소에서 밀폐 용기와 제습제를 구입했습니다.

다이소표 재사용 밀폐용기와 제습제

다이소 밀폐용기 8.2L

 

15개 들이 실리카겔


밀폐 용기는 SEL1655G를 세워서 들어갈 정도로 높이로 선택했습니다. 나중에 긴 망원렌즈가 생긴다면 눕혀서 넣을 수 있는 폭으로 정했고요. 8.2L 직사각 밀폐용기가 너무 크지도 않고 뚜껑에 고무 패킹도 되어 있었습니다. 만약 노트북 제습함을 만드시려면 납작하고 넓이가 더 넓은 용기를 구매하시기 바랍니다.

제습제는 뭔가 양도 많고 습기를 먹으면 암녹색으로 변한다는 실리카겔로 구매했습니다. 습도계를 넣긴 하겠지만 색이 변한다는 게 뭔가 맘에 들더라고요. 그리고 다시 렌즈에 돌려 3~4번 재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저 같은 재사용 마니아에게 어필하는 부분이었습니다.

DIY 카메라 제습함

제습함은 제작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별거 없습니다.

그냥 제습함에 실리카겔 4개를 대강 놓고, 집에 굴러다니는 온습도계를 넣어준 게 다죠.

어떤 분은 에어캡으로 안을 두르고 테이프로 온습도계와 실리카겔을 고정하는 수고를 하신 분도 있었지만 박스를 들고 다니는 게 아니기에 그냥 귀찮은 작업은 다 생략했습니다.

그냥 아래처럼 렌즈와 제습제, 온습도계를 넣고 끝입니다. 사용하고 남은 제습제는 잘 밀봉해서 보관해 두시고요.

제습함 완성


넣기 전에 먼지는 블로어로 좀 털어주시는 게 좋겠죠?

렌즈 안에 먼지가 들어가 버린 시그마 16mm f1.4


바디캡 렌즈 및 주력으로 사용 중인 SEL1655G를 A6000에 장착하고도 세워서 넣을 수 있는 높이입니다.

sel1655g와 카메라 높이

 

다이소표 제습함의 놀라운 성능

첫 사용 후기

제습함에 넣기 전 습도는 60%였는데요. 30분을 넣고나니 제 비루한 온습도계가 측정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버렸는지 LL%라고 뜨더군요. 겨울철에도 저런 표시는 본적이 없는데 말이죠. 허접해 보였는데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30분 뒤 습도


습도가 어디까지 측정되는지 확인할 겸 타임랩스로 찍어보았습니다.



적어도 20% 이하로 떨어진 건 알겠네요. 아이폰 타임랩스로 11초 정도 영상이므로 실제로는 약 3분 동안 찍은 영상입니다.

 

아이폰 타임랩스 시간 계산하기

아이폰의 타임랩스 시간 조절 제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아이폰 13입니다. 아이폰의 기본 카메라 타임랩스에서 시간 간격 조절 기능은 아직 지원되고 있지 않습니다. 제 아내는 아이폰 13 프로를

pumpkin-review.tistory.com


늦여름이긴 하지만 충분히 습한 환경이었는데 제습력이 기대 이상이어서 굉장히 만족합니다. 한 여름에 집 비우고 나가더라도 안심할 수 있겠네요.

만약 비싼 돈 들이기는 싫고, 그냥 방치해 두기엔 불안하다면 6000원으로 제습함을 만들어 보세요. 그리고 온습도계도 다이소에서 저렴이로 5000원에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2주 사용 후 추가 후기

제습함은 현재 실내 습도가 60%수준일 때 대략 28~29%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처음 처럼 20% 이하로 떨어지지는 않는 군요. 그리고 밀폐 용기는 2주 동안 대략 10회 정도 열었던거 같네요. 자주 열지 않고 밀폐된 상태를 꾸준히 유지했습니다.

제습함의 습도는 낮으면 낮을수록 좋지만 40% 이하면 제습함으로 적당하다고 하는데요. 30% 이하를 유지하고 있어서 40%까지 가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제 곧 여름도 끝나니 더더욱 올라갈 일은 없겠죠.

실리카겔은 안쪽에 녹색으로 조금씩 변색된 부분이 보였습니다. 습기를 머금으면 녹색으로 변한다더니 신기하네요. 어차피 더 녹색으로 변하면 레인지에 돌려서 재생할 수 있으니 내부 습도가 40%가 넘어가면 레인지에 한번 돌릴 생각입니다.

관리 면에서도 크게 신경 쓸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대략 4개월에 한 번 정도 실리카겔을 갈아주면 충분할 것 같네요. 무조건 낮은 제습을 유지해야 직성이 풀리는 분들은 더 자주 갈아주시거나 전문 제습 기기를 구매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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