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세르크의 결말을 아는 유일한 사람

모리 코우지는 베르세르크를 연재하는 초기부터 미우라 겐타로와 친분을 쌓아온 사람입니다. 30년 전 고등학교 때부터 이어진 인연이기 때문에 미우라 겐타로가 작품의 전체 스토리를 전부 이야기 해줬다고 해도 충분히 신뢰가 가는 분이죠. 모리 작가의 대표작은 홀리랜드이며 동명의 드라마로도 제작되었습니다.

미우라 겐타로 작가는 평소 동료 작가들과도 거의 교류를 하지 않는 성격이었기 때문에 베르세르크의 결말과 스토리를 모리 외에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 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따라서 모리 작가만이 베르세르크 팬들의 유일한 희망이 된 것이죠.

모리작가는 자신의 기억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담거나 겐타로가 언급하지 않은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지 않고 순수히 그의 뜻을 따르겠다고 하였습니다.

다음은 모리 코우지 작가의 베르세르크 연재 재개에 대한 본인의 의지를 팬들에게 밝힌 편지입니다.

지금부터 약 30년 전, '콘티 상의를 하고 싶은데'라며 미우라가 저를 불렀습니다. 늘 있던 일이라 노는 김에 그의 일터에 갔더니 평소보다 심각한 표정으로 미우라가 "의식을 해야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고생 좀 하겠네'라고 생각했지만 설마 1주일이나 붙잡힐 줄이야... 바로 그때 베르세르크의 스토리는 마지막 회까지 거의 완성되었습니다.
놀랍게도 그 이후 거의 변경 없이 그때 완성된 줄거리대로 이야기는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몇 번이나 큰 에피소드 때마다 미우라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저희들은 학창 시절부터 계속 같이 상의하면서 만화를 그려왔습니다.

촉이 좋은 분들은 예상하셨겠지만, 저는 베르세르크의 최종회까지의 이야기를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알고 있다고 해서 그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베르세르크라는 위대한 작품은 천재 미우라 겐타로이기에 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큰 책임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생전 미우라는 '최종회까지의 스토리는 모리짱 말고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건 사실이었습니다. 너무나도 책임이 무겁습니다. 인터뷰라도 해서 팬들을 향해 말하면 될까?
아니면 일러스트를 넣은 그링라도 올려 달라고 할까... 하지만 그것으로는 미우라가 제게 말한 정경, 가츠나 그리피스의 대사를 다 전할 수 없는데... 마침 고민하고 있는데 연락이 왔습니다.

'절필된 원고를 스탭들이 끝까지 그린다고 하니 봐줬으면 한다'
그 회의 뒤쪽 몇 장은 완성되지 않았고 캐릭터를 넣지 않은 곳도 있었습니다.
저는 내심 기대를 하지 않고 원고를 보았습니다.
필사적인 힘이란 때로 사람을 기적처럼 향상시킵니다. 그 곳에는 정말 베르세르크의 완성 원고가 있었습니다.
"모리 선생님, 저희들에게 시켜주시면 안 될까요?"
미우라가 자랑하는 제자들은 솔직하게 제게 말했습니다.
미우라와 저의 은사인 시마다 이사도 '한다고 하면 회사는 온 힘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해 주셧습니다.
여기서 도망가면 미우라가 이렇게 말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나 많이 얘기했는데 안 해줄 거야!!"
알았어, 제대로 할께.

여러분께 사전 양해를 구하고 약속을 드리고자 합니다. 최대한 상세히 내용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그리고 미우라가 제게 말한 에피소드만 하겠습니다. 살을 붙이지 않겠습니다. 기억이 잘 안나는 에피소드도 안 하겠습니다. 미우라가 제게 했던 대사, 스토리만 하겠습니다. 당연히 완전한 형태가 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리고 싶었던 이야기를 거의 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미우라의 제자들의 솜씨는 진짜입니다!
훌륭한 작가입니다.
미우라가 없는 베르세르크에 불평불만이 있으시겠지만 부디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2년 6월
모리 고지




베르세르크 연재를 선언한 영 애니멀

영 애니멀은 그 동안 베르세르크의 연재 재개에 대한 팬들의 질문에 모호한 답변만 해왔는데요. 이번에 확실하게 재개할 것을 팬들에게 선언했습니다.

다음은 재개를 공표하는 영 애니멀의 서신입니다.

"베르세르크"를 재개합니다.
오랫동안 안내를 못 드려 죄송합니다.

'대베르세르크전' '영 애니멀 메모리얼호(영 애니멀 2021년 18호)' '베르세르크 단행본 제 41권' 등으로 보내주신 여러분의 메시지를 최대한 많이 읽어보았습니다. 메시지 하나하나, 그리고 SNS에 남겨주신 글에서 여러분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이 베르세르크에서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으셨고 베르세르크를 얼마나 사랑해 주셨는지 마음으로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메시지를 읽을 미우라 겐타로 선생님 본인이 안 계신다는 점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미우라 겐타로 선생님은 생전에 절친인 만화가 모리 고지 선생님에게 "베르세르크"의 스토리와 에피소드를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또 스튜디오 스탭들에게도 담당 편집자에게도 이야기 했었습니다. 이것은 유언처럼 남기고 간 것이 아니라 이런 걸 그리면 다들 깜짝 놀랄까, 이런 캐릭터는 어떨까, 이 전개는 재미있을까, 등등... 만화가로서 당연한 일상의 대화였습니다.
이러한 일상은 사반세기 이상 지속되었습니다. 오랜 시간을 미우라 선생님과 함께 한 저희들의 머리와 마음에는 미우라 선생님의 생각이 쌓여있습니다. 미우라 선생님이 그린 구상 메모와 캐릭터 디자인도 발견했습니다.
저희는 이런 것을 팬분들. 그 누구에게도 전하지 않고 이야기를 끝내는 것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느꼈습니다.
지금 저희가 모은 마지막 에피소드, 마지막 한 컷까지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재개함에 있어 저희 제작진들은 기본 방침을 정했습니다.
'미우라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었다'
이것이 바로 제작진들이 명심한 것입니다.
콘티가 남아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우라 선생님이 그리려고 하셨던 원고를 저희가 완벽하게 만들어내느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렇지만 미우라 선생님이 이야기 하셨던 내용에서 절대 이탈하지 한게 만화를 구성해 가려고 합니다. 미우라 선생님과 대화나 원고 제작을 통해서 우리 안에 뿌리내린 '미우라 겐타로'를 진정성 있게 엮어나가고자 합니다.
이 제작 체제야말로 미우라 선생님이 생각한 "베르세르크"를 서툴더라도 가능한 한 충실하게 여러분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습니다.

다음 호부터 '판타지 아편/요정도의 장' 마지막까지 우선 6회분을 게재합니다. 그 후에는 새로운 편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재개 후 크레딧은 '원작 : 미우라 겐타로, 만화:스튜디오 : 가가(Studio gaga), 감수 : 모리 고지로 하고, 당행본 넘버링도 계승합니다.

(후략)


그 동안 많은 사람들게 사랑받은 만큼 재개를 결심하는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돌아가신 미우라 선생님의 뜻을 잘 전할 수만 있다면 재개는 선택이 아닌 필수일 것입니다. 이대로 결말도 모르고 베르세르크를 포기했었던 저를 포함한 많은 팬들의 절실함이 모리 코우지 선생님과 영 애니멸이 재개를 결정하도록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부디 원작에 누가 되지 않는 좋은 마무리를 보여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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