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주말 동안 핫하다는 넷플릭스의 인간 수업을 정주행 했습니다. 주연급 인물은 총 4명이며, 오지수, 백규리, 최민희, 곽기태입니다. 이번 시간은 등장인물 중 가장 중심이 되는 오지수에 대한 분석을 위주로 담아보았습니다.

 개인 평점 : ★★★ ( 만점 : 별 5개)

 

 ( 강한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감상

평범한 삶이 특별한 오지수

주인공 오지수 (김동희 역)는 가장 평범한 삶을 꿈꾸고, 학교에서는 모범생으로 살아가지만 방과 후에는 성매매를 연결해주는 브로커로 활동합니다. 명석한 두뇌를 통해 성매매 앱을 개발하고, 본인은 소라게처럼 껍데기에 숨어서 사람들을 조종하는 능력도 갖추고 있습니다. 반의 일진들에게 괴롭힘을 당할 때는 그저 평범한 겁쟁이처럼 보이지만 이 실장이 목숨이 위험한 순간에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도와주다가 조직폭력배 일당에게 잡히기도 하는 면모를 보여줍니다. 이처럼 시시각각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흡사 극 초반과 마지막의 만화경의 변화무쌍한 모습과 닮아있습니다. 

 

그럼 겁쟁이도 아닌데, 왜 일진들의 괴롭힘을 그냥 애써 참고 학교 생활을 지속해왔을 까요? 그것은 학교와 입시라는 틀은 지수에게 있어서 평범한 인생을 살아가게 해주는 대학으로의 관문이기 때문입니다. 지수는 어떤 고통을 감내하고서라도 학교에서 분란을 일으켜 학적부에 불리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게 하고 싶은 것이죠. 그래서 어마무시한 일들을 당하고도 개근을 위해 등교를 합니다. 그러나 시험에서 48점을 맞고 대학으로의 길이 좌절될 상황이 오자 숨겨왔던 모습을 드러내며 놀리던 일진에게 주먹을 날립니다. 이것으로 봐도 일진이 무서워서라기 보다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것을 더 무서워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결석을 한 날은 몇번 없는데 폰을 잃어버려서 더 이상 학교에 다닐 수 없다고 생각했을 때가 그중 하나입니다. 지수가 등교를 한다는 건 그에게 가장 중요한 꿈인 평범한 삶을 사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뜻인 것이죠. 그러나 이 실장이 입원했을 때도 결석을 하고 병원에 찾아가는데, 지수에게는 그만큼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오지수에 관한 메타포

 소라게와 바람, 어항, 전기충격기, 수첩, 만화경, 비닐 등 메타포들이 사용되어있습니다. 특히 후반부에는 기묘한 분위기의 환각과 같은 꿈을 통해 주인공의 미묘하고 터질듯한 심리 상태를 표현하는데 극 전반에 걸쳐 등장했던 상징물이 더욱 확연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소라게는 지수 자신을 의미하고, 어항은 학교 또는 평범한 환경, 전기 충격기는 불안감을 상징합니다. 수첩은 이 실장의 과거에 대한 집착을 의미하는데, 시즌 2가 나오면 과거에 대한 내용도 조금씩 밝혀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비닐은 조폭들이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을 때 방을 덮는 도구로 나오는데, 마지막에 지수가 민희를 옮길 때 비닐을 사용합니다. 비닐은 과거의 흔적을 남기지 않고 싶어하는 심리를 표현합니다. 그 외에도 많은 상징이 있어서 상당히 흥미롭게 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의 해석이 정답은 아닙니다. 각자 다른 의미로도 해석해 보시고, 또 다른 상징은 없는지 찾아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시즌 2에 관한 나름의 예상

 시즌2를 예상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김진민 감독은 넷플릭스의 결정에 달렸다는 애매한 대답을 했습니다. 제 생각엔 넷플릭스가 결정만하면 시즌2도 제작 가능하다는 말을 돌려서 한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민희와 같이 일하던 언니들의 이야기도 갑자기 흐름이 끊겼고, 여사장의 뒷배에 있는 큰 조직에 대한 언급, 이실장에 대한 과거 이야기 등 떡밥과 이야기 거리가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시즌2도 충분히 제작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 됩니다.

 

이실장은 죽음을 맞이했을까?

저는 시즌2가 시작된다면 이실장이 다시 등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여경과 민희에게 이 실장이 죽었다고 민희에게 얘기할 때의 대화를 떠올려 보면, 여경은 이 실장과 삼촌이 트러블이 있었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따라서 이 실장의 죽음 역시 거짓말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실장이 본인이 그렇게 얘기해 달라고 부탁했을 것이라고 추정해봅니다. 그리고 특히 마지막 계단에서 누군가를 바라보면 지수가 살짝 웃음 짓는데, 아마 그것은 그가 살아있는 것을 본 뒤 안도해서 짓는 미소는 아니었을까요?

 

 

총평

드라마의 전개는 일상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황당한 내용이었지만, 학교 생활에서 아이들 사이의 갈등과 긴장은 너무나 현실적으로 표현되어 있어서 보는내내 불편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일진과 따까리 노릇을 하게 된 힘없는 아이들과 무관심한 교사와 어른들을 보며, 학교의 어두운 단면이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그대로라는 점이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또한 일진들을 연기한 배우들의 연기력이 너무 좋아서 불쾌함이 배가 되었습니다. 학창 시절 양아치들이 교사들의 눈을 피해 왕처럼 군림하던 노련한 뱀 같은 행동이 과거를 떠오르게 만들기 충분했습니다. 사실 그들은 힘만 센 것이 아니라 조직적이며, 간교하게 사람의 심리를 가지고 노는데 능숙합니다. "우린 친구잖아" 또는 "친하게 지내자"라는 말로 자신을 두려워하는 애들에게 스스로 합리화할 통로를 마련해 주며 그들을 컨트롤합니다. 즉, 내가 "너에게 빵과 담배를 사다 주는 것은 내가 너와 친구이기 때문에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다, 나는 너의 아랫사람이 아니다"라고 지속적으로 스스로에게 핑계를 댈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죠. 그런 디테일한 심리까지 녹아있어서 더욱 현실적이었던 드라마였습니다.

 

 이 드라마는 제게 자식을 가진 부모로서 내 아이가 그런 상황을 격는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거리를 안겨주었습니다. 그리고 과거의 나는 때로는 방관자로 때로는 쫄보로 학창 시절을 보냈지만 "그때로 다시 돌아가면 다르게 행동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는 것이 정답이었을까?"라는 물음표를 남겨주었습니다.

 

 드라마의 마지막까지 주인공의 통쾌한 복수도 없고, 끝난 뒤 여운과 함께 찜찜함이 남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런식으로 모두가 불행한 채로 이야기가 끝을 맺는 것도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야기가 더 전개되어 끝에 지수가 결국 그토록 원하는 평범한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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