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을 다시 본 영화 기생충

 어쩌다 최근에 다시 영화 기생충을 다시 보게 되었다. 이유는 단순히 한국어가 영어식 표현으로 어떻게 번역되는지 궁금해서였다. 그냥 문득 몇 가지 한국어 문장이 어떻게 번역되는 건지 궁금해졌다. 기생충의 영어 자막 번역이 잘 돼있다는 것은 예전부터 기사를 통해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공부하기에도 좋을 듯했다. 한국어로 된 영화를 영어 자막을 깔아서 볼 생각을 하다니... 내가 이런 발상을 한 것도 어쩌면 칸과 오스카를 수상한 작품이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이유야 어찌 됐든 이미 2번이나 봤던 영화를 한 번 더 보게 되었다. 결말을 아는 영화는 다시 보면 너무 재미가 떨어져서 한번 본 영화를 또 보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3번이나 봤다는 것도 내게는 흔치 않은 일이었다.

 

봉준호만의 미장센과 그에 어울리는 배우들의 연기

(이후부터는 스포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메타포가 버무려져 있는 영화이다. 그리고 그 상징성이 누구나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였다. 오히려 ' 내가 모르는 뭔가 더 다른 뜻이 있는 거 아니야?' 라는 생각조차 들게 하였다. 마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같이 인물의 상징성을 알고 난 뒤 제대로 영화를 이해 하게 된 것 처럼 말이다. 그러나 나는 상상력이 부족해서 인지, 빈부의 차이를 표현한 상징이라고 밖에 생각하지 못했다.
 
장면 하나하나의 구도는 매우 깔끔하고 지루함을 느끼지 못하도록 되어있다. 저택의 정원과 탁 트인 거실에서 보이는 장면들은 경제적으로 자유로운 부유층을 표현하기 더할 나위 없이 좋았고, 비좁은 방에서 피자 박스를 접는 반지하는 경제적 관처럼 느껴졌다. 외국 영화에 나오는 어마어마한 부지의 대 저택이었다면, 오히려 숨고, 속이는 장면에서 긴장감이 떨어졌을 것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부잣집의 구조와 가난한 집의 구조가 머릿속에 그려질 만큼 다양한 각도에서 두 집의 특징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특히 좋아하는 장면은 연교(여주인)가 계단을 올라오면서 기침을 하는 문광(가정부)을 보며 기겁하는 장면이다. 바닥에서부터 얼굴이 드러나는 모습이 마치 불길한 징조가 수면 위로 드러나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리고 작전을 꾸미는 장면들부터 시작되는 배경 음악도 잘 어울렸다.
 
 

수석과 모스 신호가 주는 의미

 
또한 아들 기우가 수석을 끌어안고 편안함을 느끼며 누워있는 장면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반지하가 잠겼을 때 물 위에 수석이 떠오르는 것은 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 기우에게 수석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상징하고 있었다. 그래서 홍수라는 역경 속에서도 수석이 떠오르게 만든 것이다. 즉, 기우는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희망을 껴안고 다시 그 지하실로 찾아갔던 것이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희망만으로는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었고, 오히려 희망에 머리가 깨지는 고통까지 받게 된다. 가난한 자가 함부로 희망만 갖고 섣불리 행동하면 안 된다는 것일까? 어떤 이들은 이 영화가 결국 빈부의 차이를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도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우가 마지막에 그 집을 사들이는 장면은 단지 상상이 아닐 수도 있다. 즉, 희망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긍정적 결말로도 해석해 볼 수 있다.
 
 그리고 모스 신호는 사회의 최하위 계층의 목소리를 의미한다. 최하위 계층은 상류층에 대해 알고 있지만, 상류층을 하위층에 관해 관심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한다. 예전에 모 팟캐스트에서 이런 현상을 "뱅뱅 이론 "이라고 하였던 것이 생각났다. 하위 계급에서 아무리 힘들다고 살려달라고 외쳐도 상류층은 그 심각성을 인식조차 하지 못한다. "센서가 제멋대로야"라는 연교의 심드렁한 한마디가 그들의 인식 수준을 나타내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비명소리지만, 상류층에는 전혀 도달하지 못한다. 즉, 상류층은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인지하지만 대수롭지 않은 문제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은 단절된 시스템의 문제이지 상류층의 부도덕함도 아니다. 그들이 아예 하층민의 문제를 인식조차 못 하도록 서로의 세상이 단절돼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악인이 없는 영화라는 봉 감독의 인터뷰가 더 잔인하게 느껴지게 된다. 악인이 없지만 악을 범하게 되는 시스템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되는 영화이다. 아직 많은 생각거리가 남아있기에 다음에 또 한 번 리뷰를 해봐도 좋을 법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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